2024 서촌 공예언덕

Craft hill Seochon





서촌은 사직단을 기점으로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로 유명한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과거 장동이라 불리웠으며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의 거주지로 유명했다. 한옥과 근현대 건축물이 조화롭게 조성되어 서울의 시간을 대변하는 듯한 이 공간에 우리 생활문화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실용적인 물건을 발견하고 미학적 가치를 부여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말하고자 한다.



한지의 물성을 통해 현대적인 표현의 발상을 제안하는 '초명(草命)',

전통에서 이어진 우리가구와 집 안으로 들어온 나무들을 소개하는 '목화(木化)',

도자작가와 회화작가의 콜라보로 작업된 '토화(土畵)'

세가지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Design+ 이재원 기자가 전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작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래의 기사 전문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Design+]서촌으로 떠나는 소박한 공예여행, 서촌공예언덕 (2024.05.22)


서촌에서 찾은 공예의 매력

2024 공예주간을 맞이해 서촌에서는 <서촌공예언덕>이 열리고 있다.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 세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예의 매력을 소개한다. 


2024년 공예주간(Korea Craft Week 2024)을 맞이해 오는 26일까지 서촌 일대에 자리한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 세 공간에서 <서촌공예언덕(Craft Hill Seochon)> 전시가 진행된다. 과거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의 거주지로 장동이라고 불렸던 서촌 일대는 오늘날 한옥과 근현대 건축물이 조화롭게 조성된 곳으로 서울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사직단을 기점으로 언덕을 넘어 인왕산으로 이어지는데 조선 중기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인왕제색도’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든 서촌에 자리한 세 개의 공간에서는 각각 ‘초명(草命)’, ‘목화(木化)’, ‘토화(土畵)’라는 주제 아래 한지, 목공예, 도자, 회화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홍건익 가옥부터 서촌라운지 그리고 일상여백으로 이어지는 <서촌공예언덕>은 단순히 공예품을 감상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 장소는 서로 간의 거리가 멀지 않아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고즈넉하고도 정이 넘치는 서촌 풍경을 함께 감상하길 바란다. 마치 공예를 위해 소박한 여정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지의 생명을 다루다, 홍건익 가옥

<서촌공예언덕>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여정의 시작은 홍건익 가옥이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홍건익 가옥은 근대 시기 한옥과 전통 한옥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는 곳이다.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별채 5동의 건물과 후원이 있는 구조로 이곳에서는 ‘초명(草命)’이라는 주제 아래 한지의 물성과 장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랑채에는 한아름, 김현식, 엄윤나 세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세 작품 모두 한지를 주 재료로 활용했다. 한아름 작가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한지의 성격을 빛과 접합해 아름다운 산광 효과를 발산하는 조명 작품을 소개한다. 일상 사물에서 달 항아리까지 섬유 실험을 바탕으로 사물 입체 탁본으로 만든 하얀 실루엣의 작품은 엄유나 작가가 만들었다. 흑백사진을 찍으며 우리 고유 재료의 물성과 이미지에 관한 실험을 지속해온 김현식 작가는 ‘옻칠’에 주목했다. 한지의 반투명성을 반영구적 도료인 옻칠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홍건익 가옥 별채에 자리한 서희수 작가의 대표 작품 ‘모호한 상실’은 마치 붕대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가 흥미롭다. 작가는 붕대를 상처와 치유의 상징으로 지속해서 작품을 제작 중이다. 이 역시 반투명이라는 한지 특유의 물성을 주목했다. 한지를 생태미술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점이 특징이다. 한옥 곳곳에 자리한 작품을 통해 고유 소재인 한지의 평온함과 부드러움을 감상하며 한옥의 정취도 함께 느껴보자. 




나무가 숨 쉬는 곳, 서촌라운지

홍건익가옥을 나와 큰 길을 따라 올라오면 이내 공공한옥 서촌라운지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나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한 공예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이름도 ‘목화(木化)’이다. 나무는 쓰임이 많은 재료 중 하나다. 많이 쓰이는 만큼 익숙하며, 익숙한 만큼 정겨운 존재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 가구와 집안으로 들어온 정겨운 존재를 소개한다. 서촌라운지 전시장 곳곳에는 권원덕, 이건무, 최성우, 김원천, 이정식 작가의 목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촌라운지 입구에는 권원덕 작가의 작품이 자리한다. 그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인 고 조석진 선생의 제자로 전통가구 제작 기법인 짜 맞춤을 사용한 가구를 제작한다. 기분과 단순한 형태에 충실한 가구를 만드는 건 그가 온전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완성도를 이룬 기물이 가치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법고창신 장’과 함께 중앙에는 그가 제작한 소반, 다완 등 소도구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권원덕 작가의 목가구와 함께 놓인 작품은 이건무 작가의 우드 터닝 작업이다. 34년 차 경력에 이른 작가의 작품은 실용품과 오브제의 경계를 오간다. 반복적인 형상화 작업은 그의 시그니처. 일렁이는 듯한 독특한 문양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다가가 디테일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모두 지녔다. 


서촌라운지 중간 지점에 자리한 안마당에는 도시형 농막이 설치됐다. 한옥 전문가인 김원천 작가가 설계했다. 우리 전통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사람을 위한 진짜 집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특히 1인 가구가 늘어가고, 개인의 삶의 터는 좁아져가는 현대 사회 속에 도시 농막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돋보인다. 


한옥의 목구조를 기물에 결합한 이정식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다식을 준비할 때 쓰임이 유용한 목조반부터 테이블까지 뛰어난 안정감과 단단함이 특징이다. 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전통 기법의 장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성우 작가의 소도구 또한 마찬가지. 자연물의 본래 형태를 살린 다하, 옻칠 소도구를 서촌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다. 목공예와 접점이 없던 작가의 배경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지난 10여 년간 그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를 다녔지만,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마주한 이후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결심했다고. 이제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최성우 작가는 본연의 물성과 미감을 존중한다. 아울러 개개인의 필요와 쓰임에도 집중해 이를 작품에 반영한다.


한편 나무가 주제가 된 서촌라운지가 유독 생기 있어 보이는 건 바로 폭스더그린(Fox the Green)이 가드닝으로 전시에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매 순간 새롭게 연출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간과 작품 사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식물의 파릇함과 나무의 묵직한 결을 느끼며 전시장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그림을 입은 도자의 멋, 일상여백

<서촌공예언덕>의 마지막 여정은 일상여백이다. 이곳의 전시 제목은 ‘토화(土畵)’이다. 도자 작가와 회화 작가가 이번 전시만을 위해 협업해 제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달 항아리, 병, 접시 등 회화 작가의 그림을 입은 도자 작품으로 다이닝 공간을 연출했다. 갑빠오, 강주리, 성지연, 양지운, 전은숙, 허보리 작가가 참여했다. 


간결한 드로잉과 강렬한 색감을 입힌 갑빠오 작가의 드로잉 도자와 단선을 교차, 반복해 쌓아 올리는 전통 기법 ‘크로스해칭’을 활용하는 강주리 작가의 작업은 함께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강주리 작가는 생태 환경 변화, 생명체 변이와 진화 등 복잡하고 추상적인 이미지 성향을 지닌 반면, 갑빠오 작가가 구현하는 이미지는 구체적인 형상을 지녔다. 이외에도 허보리 작가가 그린 들풀과 꽃과 순간의 장면이나 기억에 저장된 장면을 포착해 화면에 표현하는 전은숙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


일상여백에서는 전통 보자기 매듭을 모던하게 해석한 성지연 작가와 금연마상감 기법을 지속해온 양지운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보자기, 회화, 도자가 만든 기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한편,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에 이르는 짧은 여정을 보다 완벽하게 경험해 보고 싶다면 팝업&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의 지도 서비스 ‘헤이맵‘을 활용하자. <서촌공예언덕> 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에 열리는 다양한 팝업 및 전시 소식도 제공하니 자신만의 루트를 개발해 보는 것도 이번 여정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일 테다. 아울러 <서촌공예언덕>이 진행되는 홍건익가옥과 일상여백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촌라운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2024 공예주간 <서촌공예언덕>


장소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

일정    2024년 5월 17일 - 5월 26일


전시 기획 및 연출    일상여백

참여작가    갑빠오, 강주리, 권원덕, 김원천, 김현식, 서희수, 성지연, 양지운, 엄윤나, 이건무, 이정식, 전은숙, 최성우, 한아름, 허보리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기관    서울시

웹사이트    서촌공예언덕


자료 제공 및 협조    일상여백


기사원문    https://design.co.kr/article/16017







2024 서촌 공예언덕

Craft hill Seochon


서촌은 사직단을 기점으로 겸재 정선 '인왕제색도'로 유명한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곳이다. 과거 장동이라 불리웠으며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의 거주지로 유명했다. 한옥과 근현대 건축물이 조화롭게 조성되어 서울의 시간을 대변하는 듯한 이 공간에 우리 생활문화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실용적인 물건을 발견하고 미학적 가치를 부여하여 우리의 정체성을 말하고자 한다.

한지의 물성을 통해 현대적인 표현의 발상을 제안하는 '초명(草命)',

전통에서 이어진 우리가구와 집 안으로 들어온 나무들을 소개하는 '목화(木化)', 도자작가와 회화작가의 콜라보로 작업된 '토화(土畵)'

세가지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Design+ 이재원 기자가 전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과 작가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래의 기사 전문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아 게재되었습니다.)




[Design+]서촌으로 떠나는 소박한 공예여행, 서촌공예언덕 (2024.05.22)


서촌에서 찾은 공예의 매력

2024 공예주간을 맞이해 서촌에서는 <서촌공예언덕>이 열리고 있다.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 세 공간에서 펼쳐지는 공예의 매력을 소개한다. 


2024년 공예주간(Korea Craft Week 2024)을 맞이해 오는 26일까지 서촌 일대에 자리한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 세 공간에서 <서촌공예언덕(Craft Hill Seochon)> 전시가 진행된다. 과거 왕족과 사대부, 중인들의 거주지로 장동이라고 불렸던 서촌 일대는 오늘날 한옥과 근현대 건축물이 조화롭게 조성된 곳으로 서울의 시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사직단을 기점으로 언덕을 넘어 인왕산으로 이어지는데 조선 중기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 ‘인왕제색도’의 배경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오랜 역사와 문화가 깃든 서촌에 자리한 세 개의 공간에서는 각각 ‘초명(草命)’, ‘목화(木化)’, ‘토화(土畵)’라는 주제 아래 한지, 목공예, 도자, 회화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편 홍건익 가옥부터 서촌라운지 그리고 일상여백으로 이어지는 <서촌공예언덕>은 단순히 공예품을 감상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세 장소는 서로 간의 거리가 멀지 않아 도보로 충분히 이동할 수 있다. 고즈넉하고도 정이 넘치는 서촌 풍경을 함께 감상하길 바란다. 마치 공예를 위해 소박한 여정을 떠나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지의 생명을 다루다, 홍건익 가옥

<서촌공예언덕>이라는 이름으로 떠나는 여정의 시작은 홍건익 가옥이다. 서울시 민속문화재 제33호로 지정된 홍건익 가옥은 근대 시기 한옥과 전통 한옥의 특징을 동시에 보여주는 곳이다. 대문채, 행랑채, 사랑채, 안채, 별채 5동의 건물과 후원이 있는 구조로 이곳에서는 ‘초명(草命)’이라는 주제 아래 한지의 물성과 장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대문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사랑채에는 한아름, 김현식, 엄윤나 세 작가의 작품을 배치했다. 세 작품 모두 한지를 주 재료로 활용했다. 한아름 작가는 유연하고 포용적인 한지의 성격을 빛과 접합해 아름다운 산광 효과를 발산하는 조명 작품을 소개한다. 일상 사물에서 달 항아리까지 섬유 실험을 바탕으로 사물 입체 탁본으로 만든 하얀 실루엣의 작품은 엄유나 작가가 만들었다. 흑백사진을 찍으며 우리 고유 재료의 물성과 이미지에 관한 실험을 지속해온 김현식 작가는 ‘옻칠’에 주목했다. 한지의 반투명성을 반영구적 도료인 옻칠을 통해 보여주는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홍건익 가옥 별채에 자리한 서희수 작가의 대표 작품 ‘모호한 상실’은 마치 붕대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태가 흥미롭다. 작가는 붕대를 상처와 치유의 상징으로 지속해서 작품을 제작 중이다. 이 역시 반투명이라는 한지 특유의 물성을 주목했다. 한지를 생태미술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점이 특징이다. 한옥 곳곳에 자리한 작품을 통해 고유 소재인 한지의 평온함과 부드러움을 감상하며 한옥의 정취도 함께 느껴보자. 




나무가 숨 쉬는 곳, 서촌라운지

홍건익가옥을 나와 큰 길을 따라 올라오면 이내 공공한옥 서촌라운지에 이른다. 이곳에서는 ‘나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한 공예 작품을 소개한다. 전시 이름도 ‘목화(木化)’이다. 나무는 쓰임이 많은 재료 중 하나다. 많이 쓰이는 만큼 익숙하며, 익숙한 만큼 정겨운 존재이다. 이번 전시는 우리 가구와 집안으로 들어온 정겨운 존재를 소개한다. 서촌라운지 전시장 곳곳에는 권원덕, 이건무, 최성우, 김원천, 이정식 작가의 목공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촌라운지 입구에는 권원덕 작가의 작품이 자리한다. 그는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19호 소목장인 고 조석진 선생의 제자로 전통가구 제작 기법인 짜 맞춤을 사용한 가구를 제작한다. 기분과 단순한 형태에 충실한 가구를 만드는 건 그가 온전한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 완성도를 이룬 기물이 가치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법고창신 장’과 함께 중앙에는 그가 제작한 소반, 다완 등 소도구도 함께 만날 수 있다. 권원덕 작가의 목가구와 함께 놓인 작품은 이건무 작가의 우드 터닝 작업이다. 34년 차 경력에 이른 작가의 작품은 실용품과 오브제의 경계를 오간다. 반복적인 형상화 작업은 그의 시그니처. 일렁이는 듯한 독특한 문양은 멀리서 볼 때와 가까이 다가가 디테일을 들여다보는 재미를 모두 지녔다. 


서촌라운지 중간 지점에 자리한 안마당에는 도시형 농막이 설치됐다. 한옥 전문가인 김원천 작가가 설계했다. 우리 전통한옥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며 사람을 위한 진짜 집이 무엇일까 고민했다고. 특히 1인 가구가 늘어가고, 개인의 삶의 터는 좁아져가는 현대 사회 속에 도시 농막을 통해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했던 작가의 의도가 돋보인다. 


한옥의 목구조를 기물에 결합한 이정식 작가의 작품도 인상적이다. 다식을 준비할 때 쓰임이 유용한 목조반부터 테이블까지 뛰어난 안정감과 단단함이 특징이다. 이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전통 기법의 장점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작가의 의도가 돋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성우 작가의 소도구 또한 마찬가지. 자연물의 본래 형태를 살린 다하, 옻칠 소도구를 서촌라운지에서 만날 수 있다. 목공예와 접점이 없던 작가의 배경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지난 10여 년간 그는 외국계 자동차 부품회사를 다녔지만, 카지미르 말레비치의 ‘검은 사각형’을 마주한 이후 새로운 영역으로의 확장을 결심했다고. 이제는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최성우 작가는 본연의 물성과 미감을 존중한다. 아울러 개개인의 필요와 쓰임에도 집중해 이를 작품에 반영한다.


한편 나무가 주제가 된 서촌라운지가 유독 생기 있어 보이는 건 바로 폭스더그린(Fox the Green)이 가드닝으로 전시에 함께 참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칫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전시가 매 순간 새롭게 연출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공간과 작품 사이 적재적소에 배치된 식물의 파릇함과 나무의 묵직한 결을 느끼며 전시장을 거닐어 보는 건 어떨까? 




그림을 입은 도자의 멋, 일상여백

<서촌공예언덕>의 마지막 여정은 일상여백이다. 이곳의 전시 제목은 ‘토화(土畵)’이다. 도자 작가와 회화 작가가 이번 전시만을 위해 협업해 제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달 항아리, 병, 접시 등 회화 작가의 그림을 입은 도자 작품으로 다이닝 공간을 연출했다. 갑빠오, 강주리, 성지연, 양지운, 전은숙, 허보리 작가가 참여했다. 


간결한 드로잉과 강렬한 색감을 입힌 갑빠오 작가의 드로잉 도자와 단선을 교차, 반복해 쌓아 올리는 전통 기법 ‘크로스해칭’을 활용하는 강주리 작가의 작업은 함께 바라보는 재미가 있다. 서로 상반되는 이미지 성격을 지녔기 때문이다. 강주리 작가는 생태 환경 변화, 생명체 변이와 진화 등 복잡하고 추상적인 이미지 성향을 지닌 반면, 갑빠오 작가가 구현하는 이미지는 구체적인 형상을 지녔다. 이외에도 허보리 작가가 그린 들풀과 꽃과 순간의 장면이나 기억에 저장된 장면을 포착해 화면에 표현하는 전은숙 작가의 작품도 마찬가지.


일상여백에서는 전통 보자기 매듭을 모던하게 해석한 성지연 작가와 금연마상감 기법을 지속해온 양지운 작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보자기, 회화, 도자가 만든 기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한편,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에 이르는 짧은 여정을 보다 완벽하게 경험해 보고 싶다면 팝업&공간 큐레이션 플랫폼 헤이팝의 지도 서비스 ‘헤이맵‘을 활용하자. <서촌공예언덕> 뿐만 아니라 주변 일대에 열리는 다양한 팝업 및 전시 소식도 제공하니 자신만의 루트를 개발해 보는 것도 이번 여정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일 테다. 아울러 <서촌공예언덕>이 진행되는 홍건익가옥과 일상여백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서촌라운지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2024 공예주간 <서촌공예언덕>


장소    홍건익 가옥, 서촌라운지, 일상여백

일정    2024년 5월 17일 - 5월 26일


전시 기획 및 연출    일상여백

참여작가    갑빠오, 강주리, 권원덕, 김원천, 김현식, 서희수, 성지연, 양지운, 엄윤나, 이건무, 이정식, 전은숙, 최성우, 한아름, 허보리


주최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재)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협력기관    서울시

웹사이트    서촌공예언덕


자료 제공 및 협조    일상여백


기사원문    https://design.co.kr/article/16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