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빛과  푸름  사이

2023.06.02.~07.31


조은령




2021,11,

내부의 외부 -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의 상처 



네 번째 전설에 따르면 한도 끝도 없이 이루어지는 것에 사람들이 지쳤다고 한다. 神들이 지치고 독수리가 지치고, 상처도 지쳐 아물었다고 한다.                                                                                            -카프카, ⌜프로메테우스⌟ 중


지난 일년 아니 이년, 일상이 멈추고 다른 일상이 지속되었다. 세상은 다시 돌아가려는데 나의 머리는 고장 난 듯이 창밖을 바라보기만 한다. 대나무 잎들이 빛을 흩트리고, 그림자를 뿌리며, 또 어떤 날은 빗방울을, 또 어떤 날은 바람을 맞으며 창밖에서 흔들, 흔들, 흔들 거리고 있다. 대나무가 가만히 있던 순간이 있었는가? 곧았던 적이 있었는가? 신은 지쳤을까? 독수리도 지쳤을까? 프로메테우스의 상처는 아물었을까? 자연은 지치지도, 잊지도 않고 멈추지도 않는다. 6월에 푸른 잎이 여전히 빛나고 있다.




2023,3,

잿빛과 푸름 사이 - 첫 번째 이야기


아주 아주 오래 전의 이야기이다. 천지가 생성되기 전의 이야기인데 천지가 분화하기 이전에 모든 것이 섞여있는 혼돈의 시기가 있었다. 빛과 어두움조차 구분이 없는 그 상태를 이야기에서는 玄이라고 묘사했다. 어떤 물질로서의 색이 아닌 가물 가물한 어두움의 색이며 혼돈의 색이 玄인데 그  玄의 색이 먹의 색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먹만 있으면 모든 색의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내게는 신화 같은 이야기로 들렸다. 나는 이후로 먹에 의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했는데, 퍼져 나가는 먹을 보면서 재에서 나 온 먹의 색은 모든 것의 귀결인 색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다. 무엇을 태워도 거기서 거기인 잿빛으로 환원되는 것이니까. 근데 墨竹을 회색 대나무로 보지 않으니까 거기서 거기인 그 재료는 많은 색으로 확산된다. 그런 면에서 신화와 같은 먹색에 대한 이야기를 반쯤 긍정한다.

  몇 년 전 푸른색으로 대나무를 그렸는데, 왜 대나무를 초록이 아닌 청색으로 그렸나?하는 질문을 받았다. 그 때는 초록은 식물에 집중하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내가 표현하려는 것은 대나무 숲에서 대나무 숲으로, 혹은 댓잎의 흔들림에서 내게로 전해지는 울림이었다. 초록보다는 청색이 공기의 가벼움과 흐름을 보여주니까...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직설적인 어법의 초록으로 식물들을 그렸다. 보이는 그대로의 색에 집중했다. 나의 머리는 비우고 나의 눈을 따라 식물의 구체성을 드러냈다. 즉 내가 본 개별의 몬스테라, 야자수...각 개체의 일대기 속의 푸르름으로 초록이 읽혀지길 바랬다. 즉 여기의 푸르름은 봄이며 미래가 내재된 현재 - 꿈을 품은 푸릇함이다.

  처음 그림을 그렸을 때를 생각해보니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했고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그렸다. 결과를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작가가 될 것이고 확신이 생길 것이니까 더욱 나는 나답게 커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히려 동양화를 택하고 경험이 쌓일수록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가능한 경우들이 충돌했다. 내린 결정들에 미련이 남았다. 시간은 지났으나 여전히 현재는 모호하고 선택에 까다로운 취향이 생겼을 뿐이다. 많은 것이 희석되어 나는 나의 색을 잃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먹의 잿빛과 내가 닮아가는 느낌이다. 

  이번 전시의 잿빛과 푸름은 색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색에 내재 된 의미와 개체의 일대기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2) 2023,6월 일상여백 전시노트


잿빛과 푸름 사이 - 두 번째 이야기


잿빛의 시기가 있다. 잿빛은 스스로를 잃은 색이고 잊혀져 희미해진 색이며  어둠에 침잠한 색이다. 가물 가물한 玄의 모호함을 품은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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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름의 시기가 있다. 푸름은 가능성으로 빛나는 색이며 자신에게 다가가는 색이며 빛 속으로 드러나는 색이다. 초록보다 더 푸르른 꿈꾸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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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의 대나무와 6월의 대나무는 색도, 형태도, 움직임도 다르지만 멈추지 않고 흔들린다. 잿빛 속에 푸르름이 있고 푸르름 속에 잿빛이 있는 모순들...


3)경력


1995,8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원 동양화과졸업

1991,2 서울대학교 미술대 동양화과졸업

 

(1) 개인전

2023,4,14-5,4 잿빛과 푸름 사이 아트레온 갤러리

2021,11,2-25 내부의 외부 -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의 상처. 서울. 밤부갤러리

2021,6,4-6,11 일상적인 희생물 – 잊혀지는 것들 서울13. 서울. 한국

2020,5,12-7,30 일상적인 희생물, 혹은 英雄Ⅱ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서울.한국

2020,4,25 – 5,17 일상적인 희생물, 혹은 英雄Ⅰ영은미술관 4관.경기.한국.

2019,11 내부의 외부 – 미궁 (A BUNKER초대전) 서울.한국

2018,4 시간의 문 (The 3rd Place남산, 정다방 프로젝트 개인초대전) 서울.한국

2017,9 Echoes – 대나무 숲으로 그리고 대나무 숲으로부터 (불일미술관 초대) 서울.한국

2016,11 미궁-자존적인 정체성 혹은 배타적인 경계 (Dos기획) 서울.한국

2013,7, 한국화 힐링을 만나다. (LeeSeoul) 서울.한국

2010,2, 書架에서 기억의 그림자를 만나다. (SPACE MOVIN기획) 서울.한국

2008,9-10, 내 마음의 은유 (신한 private bank,art n‘ company) 서울.한국

2008,5, 현실의 틈, 기억의 흔적 (GS갤러리 THE STREET') 서울.한국

1994,3 제1회 개인전 (관훈갤러리 1층) 서울.한국

개인전 총 13회

(2) 그룹전

2021-2022 연희 아트페어 Yeonhui Art Fair (Sonoart)

2010-2017 한국화회 (총8회)

2000-2022 이원전 (총23회)

2011-2022 한국화여성 작가회 (총12회)

2000-2016,18-22 분분합합 (총22회)

2016.18, 11th,12th 한일현대회화교류전 (北野坂Gallery. KOBE) (총2회)

2016,18,19 A.A.A – 팔레드 서울 (총3회)

2019,8 암흑물질 (충무아트홀) (총1회)

2018,9 인천여성비엔날레 (총1회)

2015,10,15-18 17th CONTEMPORARY ART FAIR ZURICH, Kongresshaus Zurich 취리히,스위스. (총1회)

2014,12,3-1,25, 음풍농월 사군자 풍류에 빠지다. (월전미술관, 이천) (총1회)

총100회 이상

그 외

1992,9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1991,5 제2회 MBC미술대전 한국화부문 우수상

2020 영은 레지던시 단기 

2018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 – 시각예술 프로젝트 선정